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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하지 않는 가치
출판원고

책을 시작하며 - PIVOT 피 벗 : 시장이 바뀔 때마다 이긴 사람들의 비밀

by baishushu 2026.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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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바뀔 때마다 이긴 사람들의 비밀

당신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가,

아니면 따라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가?

 

그 동안 시대의 변곡점들을 관통하며 에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치에 대해 항상 물음표밖에 줄 수 없었던 때들이 이 책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삶과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책을 시작한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비즈니스의 역사에서 정보의 선점은 늘 거대한 부의 원천이었다. 아직도 논쟁 거리인 이야기 이지만, 1815, 워털루 전투의 결과를 영국 정부보다 먼저 알았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화가 역사적 전설로 전해진다. 그들은 독자적인 전용 통신망과 쾌속선을 운용해 나폴레옹의 패전 소식을 선점했고, 이를 통해 국채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당시 정보는 물리적 거리와 비용에 갇힌 '희소 자원'이었다. 내가 겪은 팩스와 텔렉스의 시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중동의 발주처와 커피를 마시며 얻어낸 '진짜 정보'는 그 어떤 문서보다 강력했다. 정보가 귀했던 시절, 비즈니스의 축(Pivot Foot) '누구보다 먼저 신뢰의 통로를 확보하는 것'에 있었다. 도구는 아날로그였지만, 본질은 정보를 장악하는 관계의 기술이었다.

─── 정보가 희소하던 시대: 먼저 아는 자가 이겼다

'피벗'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피벗'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사전을 찾고, 경영서를 뒤지고,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강연을 다시 들었다. 놀랍게도 이 단어는 분야마다, 사람마다, 시대마다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정의에 공통으로 흐르는 하나의 맥락이 있었다.

그것은 '전부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피벗의 정의

농구 용어 (원래 의미):

   한 발을 바닥에 고정한 채, 나머지 발로 방향을 바꾸는 동작.

   축이 되는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방향을 바꾸는 발만 움직인다.

   핵심: 축은 지키면서, 방향만 바꾼다.

 

에릭 리스 '린 스타트업 (The Lean Startup, 2011)':

   '비전은 바꾸지 않되, 전략을 바꾸는 것.'

   실험과 학습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필요하면 방향을 전환한다.

   핵심: 목적지는 같다. 경로를 다시 설계한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혁신기업의 딜레마 (1997)':

   파괴적 혁신은 기존 성공 공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핵심 역량을 다르게 배치하는 것.

   핵심: 강점은 살린다. 적용 방식을 바꾼다.

 

피터 틸 '제로 투 원 (Zero to One, 2014)':

   수직적 진보(0→1) vs 수평적 복사(1→N).

   진짜 피벗은 기존의 것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1을 찾는 것.

   핵심: 경쟁하지 말고, 새로운 판을 만든다.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2001)':

   '플라이휠 효과': 한 방향으로 계속 밀면 결국 가속이 붙는다.

   피벗은 플라이휠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지, 멈추는 것이 아니다.

   핵심: 관성을 지켜라. 방향만 바꿔라.

 

이 책에서의 피벗:

   신뢰와 판단이라는 축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게 도구와 방법을 바꾸는 것.

   경험이 축이다. 기술은 새로운 발이다.

   핵심: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방법을 바꾼다.

 

여섯 정의를 읽고 나면 한 가지가 보인다. 피벗은 결코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피벗이 아니라 리셋(Reset)이다. 리셋은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린다. 피벗은 쌓아온 것 중에서 무엇이 진짜 가치인지를 가려내고, 그것을 새로운 방향에 적용하는 지혜다.

나는 30년의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다섯 번의 큰 변곡점을 통과했다. 매 변곡점마다 주변에서 두 종류의 사람을 봤다. 변화를 거부하며 기존 방식에 매달린 사람들, 그리고 변화에 올라타되 자신의 핵심을 잃지 않은 사람들. 전자는 대부분 시장에서 사라졌다. 후자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이 책은 그 관찰의 기록이다.

피벗의 반대말은 '고집'이 아니라 '표류'

많은 사람들이 피벗의 반대말을 '고집(Stubbornness/Persistence)'이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거부하고 버티는 것. 그러나 나는 다르게 본다. 피벗의 진짜 반대말은 '표류(Drift)'.

표류란 방향도 없이, 축도 없이, 그냥 시장의 흐름에 떠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무조건 따라가고, 트렌드가 바뀌면 또 따라가고, 남이 잘된다는 사업이 있으면 또 뛰어들고. 그러다가 정작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표류자다.

고집은 나쁘지 않다. 고집은 무언가를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를 때 고집은 때로 생존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진짜 문제는 무엇을 고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변해야 할 것을 고집하고, 지켜야 할 것을 버리는 혼란. 그것이 실패의 패턴이다.

피벗은 무작정 바꾸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본질적 가치, ''을 단단히 고정한 채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다.

야후(Yahoo)의 몰락이 이를 증명한다. 야후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인수할 결정적 기회가 있었다. 2002년 구글을 30억 달러에 인수할 수 있었고, 2006년 페이스북을 10억 달러에 살 수 있었다. 두 번 다 거절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야후는 자신들이 '기술 기업'인지 '미디어 기업'인지 끝내 결정하지 못했다. (Pivot Foot)을 어디에 둘지 정하지 못한 채, 유행하는 기술을 따라 이리저리 발만 옮기다 결국 거대한 공룡은 침몰했다. 2017년 버라이즌에 45억 달러에 매각된 야후의 가치는, 한때 시장이 매긴 1,250억 달러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바꿔야 할 것 (변수):

  - 사용하는 도구와 플랫폼

  -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채널

  -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구조

  - 시장 접근 방식과 고객 발굴법

 

지켜야 할 것 (상수):

  - 신뢰를 만드는 방식 (신뢰는 얼마나 잘 지켰느냐로 쌓인다)

  - 핵심 전문성과 도메인 지식

  - 관계의 질 (파트너, 고객, 협력사)

  - 윤리와 원칙 (이것을 잃으면 신뢰가 무너진다)

 

피벗의 기술은 두 목록을 정확히 구분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책이 태어난 배경

2020년 어느 날, 오랜 업계 동료와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건설 및 해외사업 분야에서 30년을 보낸 베테랑이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이며 근황을 나눴다. 그러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요즘 솔직히 무서워. Zoom이 뭔지도 잘 모르고, 이메일도 제대로 못 하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비대면 시스템으로 바꾸라고 하더라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있었다. 자신이 수십 년간 쌓아온 것들이 갑자기 쓸모없어지는 것 같은 두려움. 자신만 홀로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은 소외감.

그 눈빛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됐다. 나도 그 두려움을 안다. 팩스에서 이메일로 전환될 때, 처음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을 때, 처음 ChatGPT 화면을 마주했을 때. 그 낯섦과 어색함, 그리고 '나만 모르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

그러나 나는 매번 한 가지를 기억하며 버텼다. 러다이트들이 기계를 부쉈을 때, 기계는 더 좋은 버전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새로운 기계를 가장 잘 다룬 사람이 그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기술은 막을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쓰는 사람의 위치는 선택할 수 있다.

이 책은 세 종류의 사람을 위해 썼다. 첫째, 변화가 두려운 베테랑. 둘째, 변화에 올라타고 싶지만 방향을 모르는 중간 세대. 셋째, 변화 속에서 달리고 있지만 무엇을 지켜야 할지 모르는 젊은 세대. 세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이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기존의 피벗·전략 경영서들과 어떻게 다른가

피벗의 개념을 다룬 책은 이미 여러 권이 있다. 그 책들이 이미 잘 해 놓은 것이 있고, 이 책이 그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부분이 있다. 솔직하게 비교해두는 것이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안내가 될 것 같다.

에릭 리스, 《린 스타트업》 (2011)

스타트업 단계에서의 가설-실험-피벗 프로세스를 체계화했다. MVP(최소기능제품) 개념과 '빠른 실패'의 철학은 오늘날 스타트업 생태계의 표준이 됐다.

린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단계를 다룬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방향을 찾아가는 프로세스다. 반면 이 책은 이미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경력이 있고, 전문성이 있고, 관계를 쌓은 사람들이 변곡점에서 어떻게 피벗하는가를 다룬다. '처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인 것을 가지고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피터 틸, 《제로 투 원》 (2014)

경쟁을 피하고 독점을 만드는 전략적 사고를 날카롭게 제시했다.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업자들의 철학서다.

제로 투 원의 독자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사람'이다. 이 책의 독자는 '이미 1인 삶을 살고 있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다. 피터 틸이 '0에서 1'을 이야기한다면, 이 책은 '이미 가진 1에서 어떻게 새로운 방향의 1을 만드는가'를 이야기한다.

 

파커·반 앨스타인·추다리, 《플랫폼 혁명》 (2016)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와 네트워크 효과를 학술적으로 정리했다. 플랫폼이 왜 기존 산업을 이기는지 이해하는 데 탁월하다.

플랫폼 혁명은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쓰였다. 이 책은 플랫폼의 파괴력 앞에 서 있는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고 올라타는가의 관점이다. 누가 플랫폼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플랫폼이 바꾸는 세상에서 어디에 서야 하는가를 다룬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혁신기업의 딜레마》 (1997)

왜 성공한 기업이 파괴적 혁신 앞에 실패하는지를 분석했다. 코닥, 블록버스터, 노키아의 실패를 이해하는 데 가장 탁월한 프레임이다.

크리스텐슨의 책은 '왜 실패하는가'의 분석서다. 이 책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실천서다. 그리고 크리스텐슨이 대기업 조직을 분석 단위로 삼는다면, 이 책은 현장의 개인 — 30년 경력자, 중소기업인, 평범한 직장인을 분석 단위로 삼는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엇인가

위의 책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탁월하다. 이 책은 그 자리들 사이의 공백에 있다. '이미 경력을 쌓은 사람' '변곡점이 강제하는 변화' 앞에서 '자신이 가진 축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방향을 바꿀 것인가. 이것이 이 책이 대답하려는 질문이다.

세 가지 차별점을 정리한다.

첫째, 30년 비지니스 현장의 1인칭 목소리. 실리콘밸리 창업 신화가 아니라, 해외 건설 현장 현장, 글로벌 무역, 아시아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겪은 변곡점의 이야기다. 그 경험이 이론을 현실로 만든다.

둘째, 변곡점의 시간축. 1990년대 아날로그부터 2025 AI까지, 30년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는다. 각 변곡점이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패턴정보 독점의 붕괴와 재편의 반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개인의 실천 도구. 거대 기업의 전략 분석이 아니라, 오늘 당신이 자신의 피벗 포인트를 찾는 데 쓸 수 있는 질문들과 사례들로 가득하다.

 

이 책을 쓰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변곡점에서 살아남는 사람은결단이 빠른 사람이 아니었다. 결단은 결과일 뿐이었다. 진짜 차이는 그 결단을 가능하게 만든 자산의 조합에서 갈렸다.

나는 그 조합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도메인 역량, 관계 자본, 재정 런웨이, 타이밍 감각, 심리적 자본.

나는 이것을 ‘5대 자산 프레임워크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다섯 가지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는다. 하나가 부족하면 다른 자산이 아무리 강해도, 변곡점에서는 결국 균열이 난다.

이 책은 시대의 큰 변곡점들을 훑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변곡점마다승부가 어디에서 갈렸는가를 해부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각 장의 끝에 **[Pivot Asset Box]**라는 짧은 정리 박스를 붙였다. 그 장에서 무엇이 결정적이었는지, 다섯 자산을 기준으로 요약해 두었다. 독자가 이 책을 덮고 나서도, 자기 상황에 바로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당신이 어떤 피벗의 문 앞에 서 있다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지금 가장 부족한 자산은 무엇인가. 무엇이 당신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키우면, 당신의 다음 결정이희망이 아니라현실이 되는가.

 

丙午年 二月叔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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